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이 장기간 상승하면서 임차인들의 주거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세 매물이 줄어들자 기존 보증금에 대출을 더해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수요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세 시장의 불안이 매매 시장으로 확산하면서 서울 주택 시장 전반에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87주 연속 상승
조선일보가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25년 2월 첫째 주부터 2026년 10월 첫째 주까지 87주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 기간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기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긴 기록이다.
해당 기간 누적 상승률은 12.4%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 시기의 134주간 누적 상승률인 12.3%를 웃도는 수준이다. 역대 가장 오랫동안 상승세가 이어졌던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135주 동안 전셋값이 19.6% 올랐다.
최근 상승세가 빨라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전 17주 동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65% 상승했지만, 취임 후 70주간에는 11.62% 올랐다. 주간 평균 상승률로 환산하면 취임 전 약 0.04%에서 취임 후 약 0.17%로 높아졌다.
한국부동산원이 10월 8일 발표한 10월 첫째 주 주간 동향에서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16% 상승했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8.35%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7%와 비교해 크게 확대됐다.
강북 지역 중심으로 전세가격 오름세 확대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서울 강북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10월 첫째 주 기준 성동구와 성북구의 전셋값은 각각 0.31% 올랐으며, 노원구는 0.30%, 도봉구는 0.29% 상승했다. 반면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의 영향을 받은 서초구는 0.21% 하락했다.
장기간 누적 상승률에서도 강북권의 강세가 확인된다. 최근 87주 동안 성북구 전셋값은 16.7%, 노원구는 16.6%, 광진구는 14.8% 상승했다. 도봉구의 경우 문재인 정부 시기 134주 동안 7.6% 올랐지만, 최근에는 87주 만에 13.5% 상승해 더 짧은 기간에 훨씬 큰 오름폭을 나타냈다.
강남권에서도 일부 지역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송파구의 최근 87주 누적 상승률은 19.5%로, 박근혜 정부 시기 135주 동안 기록한 15.7%를 넘어섰다. 강동구 역시 같은 기간 17.9% 상승했다.
송파구에서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와 잠실르엘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입주가 이어지면서 한동안 전세가격 상승이 제한됐다. 그러나 입주에 따른 공급 효과가 약해지고 재건축 관련 이주 수요가 더해지면서 가격이 다시 크게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 매물 감소…세입자의 선택지도 줄어
전세가격 상승과 함께 매물 부족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의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14.8% 감소했다. 동대문구는 매물이 약 70% 줄었고, 구로구는 59% 감소했다. 금천구와 중랑구에서도 전세 매물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공급이 위축된 배경으로는 주택 관련 규제와 집주인의 임대 방식 변화가 거론된다. 2025년 10·15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방식이 사실상 제한됐다. 비거주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높이는 정책 방향 역시 일부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세난이 심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시장 환경에도 차이가 있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상대적으로 낮아 매수보다 전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많았고, 저금리 환경에서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 공급이 줄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2020년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기존 임대차 계약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세 매물이 감소했다. 당시에는 계약갱신요구권 등을 통해 임차인의 거주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시장에 나오는 매물 자체가 줄어들면서 세입자들의 선택 폭이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전세 대신 아파트 매입…매매시장에도 영향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워진 세입자 가운데 일부는 매매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존 전세보증금을 활용하고 부족한 자금을 대출로 마련해 중저가 아파트를 구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대출 규제와 금리,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실제 매수 가능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는 매매가격 상승세도 강하게 나타났다. 올해 누적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성북구가 15.21%로 집계됐다. 강서구는 12.24%, 구로구는 12.07%, 노원구는 11.86%, 강북구는 10.46%를 기록하며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도 오름폭을 확대했다. 10월 첫째 주 상승률은 0.12%로, 직전 주의 0.09%보다 높아졌다.
전세가격 상승이 월세와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주면서 이른바 ‘트리플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면 일부 지역의 주택 매수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 반면 무리한 대출을 통한 매수는 금리 부담과 주택가격 변동 위험을 키울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정부는 전세시장 변화와 주택 공급 문제에 주목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월 7일 국정감사에서 전세 제도가 점차 사라질 수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이러한 변화를 장기적인 흐름으로 보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1인 가구 증가와 전세 사기 피해 등이 전세 제도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홍 장관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지난 3년간의 주택 공급 부족을 지목하면서 연말에는 가격 상승 폭이 둔화할 가능성도 내다봤다.
앞으로 서울 주택시장의 흐름을 판단하려면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전세 매물의 회복 여부, 임대차 관련 정책 변화, 대출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세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경우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매매시장으로의 수요 이동이 이어질 수 있지만, 향후 가격 움직임은 공급과 수요, 금융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본문에 인용된 가격 상승률과 매물 감소율은 제공된 기사 내용에 기초해 재구성했으며, 2026년 10월 13일 기준의 보도 내용을 반영했다.










